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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롯데쇼핑 - 식품 온라인 커머스에 이는 혼돈

투자

by Financial Solution 2019. 4. 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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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는 기존의 유통/온라인 공룡들이 파고들지 못하는 포인트들이 있고 그 안에서 카페24, 다나와 같은 훌륭한 플레이어들이 실력과 성실함으로 그들을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식품 유통은 또 상황이 다릅니다. 식품은 스타트업의 기민함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대기업의 시야에 잘 들지 않는 (비교적으로) 니치 마켓인 보세옷이나 컴퓨터 부품 시장과는 다릅니다. 식품은 대형마트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의 핵심입니다. 감히 그곳을 타격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나섰고, 그들에게는 엄청난 자본을 지닌 지원군이 있습니다.

 

#1 경쟁자들의 물류 확보

 

식품유통이 기존 대형공룡들의 전유물이었던 이유는 콜드체인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제대로 된 신선식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산지-유통망-물류센터-고객에게 전달할 때까지 냉장시설이 필수적입니다. 당연히 이 시스템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본이 소요되죠. 이런 상황에서 식품 온라인 커머스는 한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냉장이 필요없는 가공식품만 취급해서는 소비자가 찾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신선식품을 팔면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여기까지는 대형마트가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계속 적자행진을 이어가서 이제는 위험하지 않냐는 소리를 듣던 쿠팡이 지난 11월 또 2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로켓와우라는 이름으로 천원어치 채소를 사도 다음날 새벽까지 무료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개시합니다. 이제 당장 오늘 저녁 먹거리가 없는 경우 말고는(이 경우는 다음 2번 주제-배달앱에서 공격당합니다) 마트에 가서 식자재를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마트나 롯데쇼핑의 거대한 인프라는 많은 유지비를 필요로 합니다. 반면 쿠팡은 엄청난 투자금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똑같지만, 매장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고객 집 앞으로만의 물류에 집중하여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만일 쿠팡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극도의 물류 효율성으로 손익분기점을 가장 아슬아슬한 데까지 밀고 갈 수 있다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온라인/모바일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마켓컬리는 처음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몇가지의 매력적인 독점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부터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차근차근 성장 경로를 밟아 나갔으며, 이제는 자체 콜드체인을 완성했습니다. 새벽배송은 일찌감치부터 하고 있었고 지난 9월 670억 추가 투자유치와 함께 공격적인 확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규모가 크지 않아 보일지 모르나, 이미 마켓컬리는 고급 식재료 쇼핑몰로써 상품구색과 아이덴티티까지 완성했습니다. 마진이 박한 유통계에서 고급상품 시장을 선점한 가치는 매우 큽니다. 

 

#2 배달앱 - 부수적 피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가 전단지를 스마트폰으로 옮겨놨을 때, 꽤나 많은 사람들은 고작 그게 무슨 혁신이냐며 우습게 여겼습니다. 미국의 온갖 화려한 기술로 무장한 IT기업들을 얘기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전단지 보고 전화거는 사소한 귀찮음을 해결해 주는 것이, 이마트나 롯데마트에게는 구글 애플 엔비디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일으킵니다.

 

한달 30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게 말이 되나 의심하실 수도 있지만, 10만명이 넘습니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는 한가운데를 배달앱이 직격했습니다. 매일 치킨, 피자만 먹는 게 아니고, 이미 배달앱에는 모든 종류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직접 요리하거나 혹은 원하는 음식을 하는 식당에 찾아갈 필요 없이 내 집이든 어디든 원하는 장소에 식사가 준비됩니다. 배달앱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식당을 네트워킹하는 걸 넘어서, 이제 배달음식을 전문적으로 조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https://byline.network/2018/10/23-24/

 

공유주방과 클라우드 키친이란 무엇인가 - Byline Network

우버의 전 CEO이자 현 시티 스토리지 시스템(City Storage Systems)의 CEO인 트레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한국에서 클라우드 키친 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흔히 공유주방으로 알려져있지만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다. 클라우드 키친이란 인도에서 먼저 등장한 서비스로, 공유 가능한 주방을 사용하며, 배달을 하지 않는 레

byline.network

 

클라우드 키친은 간단히 말해 완전히 배달 전문으로 하도록 주방만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아직 실험단계입니다만 이 모델은 마트에서 신선식품이든 가공식품이든 사서 가정에서 조리하는 귀찮음을 완전히 제거해버리고자 합니다. 누가 그렇게 매사에 귀찮아하냐고요? 고작 전화기 들고 뭐뭐 주세요 하는 그 귀찮음을 해결해 준 배달의 민족은 가장 최근의 투자 라운드에서 3조원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마트의 현재 시총은 5.3조입니다) 이정도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더라도, 배달앱이 시장을 파괴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 꽤나 많은 사람들이 전혀 식료품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식생활에서 배달음식의 비중은 계속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결론

 

대형 유통회사들은 주변부가 아닌 본진을 공격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 경쟁에서 살아남더라도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반도체, 조선, 화학 이런 산업에서는 한번 경쟁에서 이기면 패배자들이 진부화된 재고와 장비를 정리하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겪는 동안 승자는 엄청난 이익을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품 유통에서는 한번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다음에는 피를 흘리는 상태로 다음 하이에나와 싸워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하이에나를 위한 노하우와 인프라가 더 준비된 상태에서 말입니다. 대형마트 유통은 지금처럼 거세게 공격받지 않을 때에도, 공급과 수요에서의 과점적 지위를 향유하면서도 그렇게 높은 ROE를 찍어내지는 못했습니다. 

 

http://www.etnews.com/20181219000303?SNS=00002

 

[국제]美간편식 배달업체 '블루에이프런', 시총 90% 날아가

미국의 간편식 배달업체 블루에이프런이 작년 기업공개(IPO) 이후 기업가치가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고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루에이프런의 시가총액이 90% 이상 사라지...

www.etnews.com



물론 대책없이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식품유통 스타트업의 1차 공격을 월마트가 물리쳤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존 대기업의 강력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상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몸집을 키우겠다고 돌격하는 회사들이니까요.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월마트를 보고 배울 수 있다면 쿠팡과 마켓컬리는 블루에이프런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이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모두 온라인커머스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결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소비자로써 얻는 즐거움이 투자자로써 얻는 즐거움보다 클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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